[책속으로-최선양 작가]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프랑스 학교의 비밀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연재 ①

최선양 작가 | 기사입력 2020/04/19 [15:59]

[책속으로-최선양 작가]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프랑스 학교의 비밀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연재 ①

최선양 작가 | 입력 : 2020/04/19 [15:59]

[마포뉴스에서는 독서 문화 진흥을 위하여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선별하여 내용 일부를 독자들에게 연재 칼럼 형식으로 제공합니다. 책 내용과 사진은 마더북스에서 제공하였습니다. - 편집자]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①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프랑스 학교의 비밀

 

“소은아, 이게 뭐야?”

“이거, 로흐가 줬어.”

 

학교에서 만난 딸아이 얼굴에 웃음기가 잔뜩 서려 있다. 손에는 못 보던 장난감이 들려 있다. 소은이 말이 끝나자마자 로흐가 장난감을 바닥에 대고 바퀴를 몇 번 굴리며 시범을 보인다. 이내 장난감은 혼자서 빙빙 돈다. 두 아이는 내가 모르는 프랑스어로 수다를 떨더니 서로 배꼽을 잡고 웃는다. 

 

“메르시 Merci 고마워!”

“드리앙 De rien 천만에.”

“아드맹 A demain 내일 봐.”

“오르부와르 Au revoir 잘 가.”

 

로흐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은이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소은아, 기분 좋아?”

“응, 너무 좋아!”

“왜 그렇게 좋아? 로흐가 장난감 준 게 그렇게 좋았어?”

“그것도 좋지만, 로흐가 나한테만 줬거든. 사실, 로흐가 날 안 좋아 하는 줄 알았어. 로흐는 원래 다니엘이랑 알렉 같은 프랑스 친구들을 좋아하거든. 그런데 나한테만 선물을 줬어.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아!“

 

“로흐가 우리 소은이를 좋아했나 보네.”

“히히히. 그런가봐. 나도 로흐한테 줄 선물을 찾아봐야겠어.”

 

소은이는 집에 온 후에도 친구에게 선물할 장난감을 찾아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계속 웃고 다녔다. 프랑스어도, 영어도 못하던 아이가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살짝 벅차올랐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정말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 프랑스어를 말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을 품고 다니기 시작한 프랑스 학교. 아이의 햇살 같은 웃음을 보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아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잘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은 방글라데시에 살았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어 학교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프랑스 국제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 학교에 한국 아이가 입학할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에 전화를 해보았다. 학교에서는 흔쾌히 상담 날짜를 잡아주었고 약속된 날 우리는 학교로 향했다.

 

우리가 살고 있던 나라는 가난한 이슬람 국가는데 그곳에서 처음 만난 프랑스 국제 학교는 또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풍겼다. 학교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했다. 처음 만난 선생님들은 따뜻한 미소로 인사해주었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활기차 보다. 넓은 운동장에서 남자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축구를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중고등학생들이 유치원생 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있었는데, 잡기 놀이를 하는지 서로 잡고 잡히며 연신 깔깔거렸다. 

 

운동장 한 쪽에는 푸른 이파리가 무성한 망고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나무 아래 개미집이라도 있는지 한 무리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땅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떤 아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뛰어다녔다.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 눈에 반해버렸다. 학교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 왔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 선생님들의 인자한 미소, 따뜻한 학교 분위기에 취해 일주일만에 입학을 결정해버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 서류를 준비했다. 처음 보는 프랑스 학교 입학 원서에는 프랑스어와 어가 가득했다. 혹시나 실수하진 않을까, 영어 철자가 틀리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입학 원서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를 표시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Korean’뿐이었다. 그렇게 프랑스어도, 영어도 모르는 두 아이가 프랑스 학교의 학생이 되었다. 

 

내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남편과 결혼도 하기 전부터다. 결혼 전, 당시 남자친구던 남편은 잠시 인도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어느 유학원에서 일을 했는데, 한국에서 인도로 유학 온 청소년들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질풍 노도의 시기인 아이들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것은 관리가 아니라 때론 부모가 되고, 때론 형이 되어 살뜰히 돌봐 주어야 하는 일이었다. 

 

인도로 유학 온 아이들은 대부분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그 중엔 정말 공부를 하기 위해 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온 아이들이 상당수였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공부도 곧잘 했다.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했다. 부모님들의 기대에 적당히 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하나, 둘 폭발하고 말았다. 결국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고, 문제를 일으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 부모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유학이었다. 아이들은 인도 학교에 와서도 계속 문제를 일으켰고, 남편은 매번 그 문제들을 해결하러 뛰어다녔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부족함 없이 자랐고 과외와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을 텐데, 뭐가 부족했을까? 아마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보다 더 먼 곳으로 보내지고 말았다. 이 아이들의 가슴 속엔 과연 무엇이 남아있을까?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결핍이 가득한 아이들을 돌보던 남편은 결국 지쳐버렸다. 그리고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경험은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 고민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의 미래다. 과연 한국에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소신을 가지고 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의 마음속에 공허함이 아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 프랑스 학교의 가면놀이 수업.   © 최선양

 

그러던 중 어느 날 프랑스 학교를 만났다. 프랑스 학교는 우리가 생각한 삶의 가치와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다. 학교의 풍경은 우리가 찾던 학교의 모습이었고,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은 따뜻한 마음과 신뢰로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 만난 프랑스 학교는 어느새 우리만의 기준이 되었다.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프랑스 학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려니 때때로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일 뿐. 지금은 오히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물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학교와 프랑스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기에 답답했다. 가까이에 속 시원하게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프랑스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은, 다른 학교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바로 ‘비교와 경쟁이 없다’는 점이다. 교실 안에 경쟁이 없으니 자연히 누가 누구보다 잘하고 못하느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 비교 당하지 않는 아이들은 행복해 보고,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으니 그저 즐겁게 어울려 학교를 다녔다.

 

다른 아이가 잘 하는 것이 아닌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바라보고, 다른 아이의 속도가 아닌 내 아이의 속도에 맞춰 아이를 바라보는 일. 프랑스 학교를 경험하며 나는 바로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필수조건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프랑스 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했던 학교생활과 엄마의 눈에 비친 학교와 아이들, 그리고 그 부모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어른들이 비교해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교육 환경이라는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 책 소개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최선양 저/ 마더북스) 

 

▲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마더북스, 2019) 최선양 작가   © 마포뉴스

이 책은 낯선 이국으로 떠난 어느 한국 엄마가 우연히 아이들을 프랑스 학교에 보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에서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했던 저자는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남을 의식하며 살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의 팍팍한 삶 대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찾아 네팔, 인도 등 이국으로 떠났다. 

 

결혼과 출산 후 방글라데시로 떠나 6년을 살았으며, 지난해부터 인도로 터전을 옮겨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프랑스 학교에 두 아이를 보내며 진정 아이들의 행복한 삶,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 마더북스

프랑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친구와의 경쟁이 없어도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간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아이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선생님과 편견과 차별이 없는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도덕과 자질을 자연스럽게 익혀 나간다. 

 

저자는 “어쩌면 가장 행복한 아이는 한국 학교를 다니는 아이도, 프랑스 학교를 다니는 아이도 아닐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바로 ‘비교 당하지 않는 아이’,  ‘자기 속도대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가 가장 행복한 아이가 아닐까하고 되묻는다. 

 

행복을 찾아 떠난 길에 만난 프랑스 학교에서 교육 경험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반성과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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